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아카데미의 노력 5가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아카데미의 노력 5가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이번주 27일(현지시간) 개최 예정이다. 그런데 시청률이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아카데미 측은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존재감 있는 시상식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시청자들이 앉아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 봐야 할 이유가 수백 가지도 넘었다.
먼저 오늘날같이 SNS가 활발해지기 이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 장소에 모인 세계 최고의 영화배우들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였다. 이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수상소감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두 번째, 지금처럼 유튜브로 원하는 영화의 예고편을 편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기 이전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해 가장 호평받은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 번째, 솔직히 말해 달리 할 일이 많지도 않았다. 대부분이 방송사가 편성한 일정대로 TV를 시청하던 시절, 당시 방송사들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아카데미 시상식을 황금 시간대에 편성했다. 또한 당시엔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도 않았다.
그러나 틱톡, 유튜브와 같은 SNS 플랫폼과 스트리밍이 점령한 시대에 들어서면서 쇼비즈니스계의 연중 가장 큰 행사는 시청자를 잃었고, 이에 따라 그 영향력과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윌 패커 아카데미 제작자는 팟캐스트 리틀 골드맨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보게 하는 게 가장 난제"라며 "이 시상식이 이번 해엔 할리우드 밖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뭔가 다른 행사가 될 것이라는걸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영화 팬들과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명예와 권위를 유지하려는 섬세한 균형 잡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올해 아카데미 측이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방법 5가지를 살펴본다.
1. 흥행 보증 스타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제대로 된 영화배우들이 주요 시상 부문에서 경쟁한다. 아카데미 측엔 다행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번도 수상하지 못한 배우 윌 스미스는 신작 '킹 리차드'에서 미국 프로 테니스 선수 자매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의 아버지인 리처드 윌리엄스 역을 맡아 단호한 아버지로서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작품으로 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매우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의 리차드 로손 또한 작년 9월 "누구도 윌 스미스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타이밍도, 영화도, 소재도, 연기도 모두 딱 알맞다. 이번 영화는 장난스럽지만, 또 한편으론 진지하다. 그리고 아카데미 측이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로손은 이번에 스미스가 수상한다면 봉쇄 조치로 지난 2년간 영화관이 문을 닫았었지만, 이제 영화와 영화배우들이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는 성명이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한편 니콜 키드먼, 올리비아 콜먼, 제시카 채스테인, 페넬로피 크루즈,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여우주연상 후보 목록도 쟁쟁하다. 그러나 누가 상의 주인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유력한 후보에 번번이 다른 이름들이 거론됐지만, 최근 미국영화배우조합(SAG)과 미국 비평가상 시상식에서 수상한 채스테인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해 보인다.
또한 레이디 가가, 마블 코믹스 영화 '샹치'의 스타 시무 리우, 영화 '더 배트맨' 의 조이 크래비츠,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 밀라 쿠니스 등 수많은 스타가 이번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2.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일' 예정인 진행자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018년 이후 진행자가 없었다. 이에 따라 온라인으로 화제가 돼 헤드라인을 장식할만한 농담, 혼잣말, 촌극 등의 이슈가 없었다. 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유용하게 잘 써온 전략이다.
아쉽지만 소위 A급 스타들로 진행자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 조절이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거물급 스타들은 진행을 맡았을 때 직면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비난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아카데미 진행자를 맡았던 배우 제임스 프랑코와 앤 해서웨이의 조합은 비판 일색이었다.)
대신 이번에 아카데미 측은 2015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배우 에이미 슈머와 함께 배우 레지나 홀, 코미디언 완다 사이크스를 진행자로 낙점했다. 홀과 사이크스 모두 유명하긴 하지만 전 세계적인 거물급 스타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슈머는 글로브 시상식의 성공 비결을 본받아 시상식에 모인 배우들을 향해 농담을 던지며 놀릴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가 열렬히 지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슈머는 이달 초 엑스트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곤경에 처하게 될 것 같다"라면서 "사이크스와 홀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즐겁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말은, 누가 나를 진행자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은 진행자가 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 왜냐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3. '팬 투표 인기상' 부문 신설

아마도 올해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팬 투표 인기상' 부문이 신설됐다는 것이다. 시상식 기간 더 많은 유명 상업 영화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팬 투표 인기상'을 신설하지 않았다면 주요 시상 부문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작년 한 해 가장 흥행한 작품들을 후보작으로 올라가지 못했으리라는 점을 아카데미 측 또한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메릴 존슨 아카데미 디지털 마케팅 부사장은 팬들이 좋아하는 영화 부문 신설로 "흥미와 열정을 지닌 디지털 시청자들을 이번 시상식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는 2주 동안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일 인당 하루에 20번까지 투표를 가능하게 해 조직적인 팬들에 의한 집단적 조작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은 이미 발생한 바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여전히 이 부문 유력 수상 후보이지만, 가수 카밀라 카베요 주연을 맡은 뮤지컬 영화 '신데렐라'와 배우 조니 뎁 주연 예술 영화 '미나마타'가 예상치 못하게 (그리고 재미나게도) 수상할 수도 있다.
새롭게 추가된 '팬 투표 인기상'에 대해선 이번 주 후반에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4. 일부 사전 녹화로 진행될 시상식

올해 아카데미 측은 생방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23개 부문 중 8개 부문의 시상을 사전 녹화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상 시상은 여전히 생방송으로 진행되지만 편집상, 음향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등 소위 "화제가 많이 되지 않는" 수상은 이보다 앞서 녹화본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기술 부문의 후보들은 본식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따로 시상식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해당 부문의 시상식은 따로 방송되지 않으며, 그 후 주요 장면만 편집해 TV에 방영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은 지난달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시청자의 참여를 높이는 동시에 계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동감 넘치고 중요하며 존재감 있는 행사로 유지하기 위해선 TV 시청자들을 우선해야만 한다"라고 적은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업계 거물들의 반발도 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협력이 필요한 대중매체라고 강하게 생각한다"라면서 "제작진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가족 같으며, 영화를 찍을 때는 모든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제가 되는' 것도 '화제가 별로 안 되는' 것의 구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선상에서 최선을 다해 언제나 최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노력합니다."
지난 2019년 아카데미 측은 영화인들의 강력 반발에 결국 몇몇 부문 시상이 진행될 때 중간 광고를 방송하겠다는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카데미 측이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지난 2019년 추진된 계획안과는 달리 이번 기술 부문 수상자들은 적어도 본식에 여전히 출연할 것이다.
5. 영화 '엔칸토' 수록곡 라이브 공연

한편 지난해 전 세계 차트를 점령한 히트곡 중에 영화 수록곡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는 시상식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카데미 측은 이번 시상식에서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출연진이 'We Don't Talk About Bruno'의 첫 라이브 공연이 시상식에서 진행된다고 발표하는 등 관련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곡의 복잡하고 서로 겹치는 살사 선율이 어떻게 라이브로 펼쳐질지 궁금하므로 실제 아카데미 음악상 부문 후보에는 영화 '엔칸토'의 다른 수록곡이 올랐다는 사실은 따지지 말고 넘어가도록 하자.
영화에서는 캐릭터 10명 이상이 펼치는 공연곡이기 때문에 실제 무대에서 라이브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존재감'이 정말 중요한가?

시청률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외침은 정례 행사처럼 이제 매년 들리는 얘기다. 시청률이 점점 더 낮아질수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져간다.
작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겨우 1040만 명이라는 TV 시청자 수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시상식의 초라한 성적표는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 1년 만에 열린 것으로 주요 작품들이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히 신뢰할만한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해 많은 국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제한은 완화됐으며, 시상식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 측도 시상식 시청자 수가 코로나 이전의, 2020년의 2360만명 이상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대중의 인기를 끌고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 배우 세스 로겐은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왜 영화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업계 내 시상에 관해 관심을 두는지 그렇게 신경 쓰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자신은 "누가 '올해의 자동차 상'을 받든지 상관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다른 업계들은 업계 내 시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쏟으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젠 사람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그냥 신경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동안 신경 썼지만 이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죠?"
몇몇 아카데미 전 수상자들은 심지어 참석조차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영화 '돈룩업'의 배우 마크 라이런스는 이번 달 라디오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안 갈 것. 솔직히 말해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말 지루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개인적으로 상을 받는 게 가장 위대하거나 가장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축하받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죠."
올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3월 27일 개최 예정이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