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6개월 만 접종율 20% 눈 앞...60대는 16%, 2030보다 낮다
접종 6개월 만 접종율 20% 눈 앞...60대는 16%, 2030보다 낮다
황수연 기자
2021.08.17. 18: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한 지 반년 만에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중이 20%에 육박했다. 그러나 고위험군인 60대의 접종 완료율은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20·30대 젊은층과 비교해봐도 60대 접종율이 낮은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7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접종 완료자는 25만5278명 추가돼 누적 999만6839명이 백신별 권장 횟수에 맞춰 접종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대비 접종 완료 비율을 따져보면 19.5%로, 이르면 18일 0시 기준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26일 국내 코로나19 접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달성하는 기록이다.
©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연령별로 접종 완료율(16일 기준)을 뜯어보면, 고위험군인 고연령층은 60대 15.7%, 70대 57.2%, 80세 이상 78.1% 등으로 60대 완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들의 접종 시작 시기는 한 두 달 정도 차이인데 완료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은 백신 종류에 따른 접종 간격 격차가 커서다.
60~74세는 지난 5, 6월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접종했고 접종 간격이 11~12주로 긴 탓에 이달 12일에서야 2차 접종을 시작했다. 요양병원 등에서 미리 맞은 이들을 제외하고 17일 기준 완료자가 127만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AZ는 접종 초기 8주를 기준으로 삼아 2회차 접종 일을 잡았었는데 접종 간격이 길수록 백신 예방 효과가 좋아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온데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1차 접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기를 10주, 또다시 11~12주로 두 차례 연장했다. 중간에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AZ 수급 일정이 연기되면서 공급이 다소 늦춰진 영향도 있었다.
이와 달리, 75세 이상은 접종 시작 시기도 4월부터로 일렀고 백신 종류도 화이자라 1차 접종 이후 4주 이내에 대다수 접종을 완료했다. 60대 완료 비율은 상대적으로 코로나 위험도가 낮은 젊은층 18~29살(18.1%), 30대(20.6%)보다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20·30대는 잔여 백신을 미리 맞거나 미국에서 들여온 얀센 백신 등으로 접종한 인구가 상당수 되고 사회 필수 인력 등으로 기회를 일부 먼저 부여받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60대는 지난달에야 접종을 시작한 50대(10.8%)와 비교해봐도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50대는 접종 주기가 AZ보다 짧은 모더나·화이자를 맞다 보니 두 달 정도 늦게 시작했는데도 완료율이 60대와 아주 큰 차이 없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Z 백신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AZ 2차 접종이 완료되면 접종률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60~74세 800만명가량의 2차 접종이 마무리되는 9월 초쯤 완료율이 3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선 맞아야 할 60~74세가 1차 접종은 그런대로 일찍 시작했지만, 중간에 원칙이 무너지면서 2차 접종률이 젊은 연령층보다 낮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반기에 1차 접종률 30% 달성하려고 AZ 간격을 늘리면서 60대 2차 접종이 늦어졌다. 그간 정부가 고령층 접종으로 중환자, 사망자를 줄여왔다고 해왔지만 지난달 초부터 확진자가 1000명대로 나온 영향이 최근 중환자,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 아직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60대 가운데 중환자, 사망자도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00명대 환자가 첫 발생한 지난달 7일에만 해도 60대 누적 사망자는 245명이었는데, 이달 17일 기준 283명으로 그새 38명이 늘었다. 해당 기간 다른 고령층 사망자는 80세 이상 37명, 70대 28명 등이다.
© ⓒ중앙일보 지난 5월 2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선 2차 접종을 완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연일 강조해왔다. 델타의 경우 AZ, 화이자 모두 1차 접종만으로는 예방률이 30% 남짓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재훈 교수는 “고위험군의 2차 접종이 얼마나 빨리 되는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나 의료체계 여력 확보 등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의 2차 접종 속도를 당기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AZ 잔여 물량이 남아 정부는 50세 이상만 허용하던 접종 연령을 낮춰 30·40대에도 접종할 수 있게 한 상황인데 AZ 잔여 백신을 60~74세의 2차 접종으로 소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60~74세 가운데 9월에 2차 접종 일이 잡힌 이들은 항체 형성 기간 2주까지 생각하면 9월 말께까지 앞으로 한 달 가량은 더 델타 변이 등에 노출돼야 하는 상황인 셈인데 2차 간격을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 AZ 잔여 물량을 이들에 돌려 쓰잔 것이다. 특히 60~74세 가운데 AZ를 꺼리는 이유 등으로 아직 1차 접종조차 받지 않은 이들에게 정부가 기회를 다시 주고 있지만, 사전예약률은 20%대에 불과해 10명 중 8명은 여전히 1차를 예약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AZ만 고집할 게 아니라, 화이자나 모더나 등의 백신을 활용해서라도 접종 참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