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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통과 눈앞..법조계 '헌재와 대통령'만 남았다

동션샤인 2022. 4. 30. 22:21

'검수완박' 통과 눈앞..법조계 '헌재와 대통령'만 남았다

정경훈 기자 입력 2022. 04. 30. 21:40 댓글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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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 표결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30.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현실화되자 헌법재판소(헌재)와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 등이 주목받는다. 검찰은 헌재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준비 중이며, 대통령은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지 않겠냐며, 헌재 판단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이 이달 초부터 연일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국회와 여론에 호소했지만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법 통과를 강행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재적 177인 중 찬성 172인, 반대 3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나머지 하나의 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다음달 3일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이 이 개정안 통과를 막아보겠다며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자정에 회기가 종료되면 다음달 3일 소집되는 임시회에 자동 상정돼 표결 처리된다.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로 검찰이 이제까지 무게를 실었던 거대 여당 설득은 의미가 없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남은 카드가 헌재로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나 문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걸어보는 것 정도라고 본다. 대검찰청은 27일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8일 문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이 끝까지 검수완박을 막으려는 이유는 법이 시행되는 9월 이후 수사 실무가 완전히 망가진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수사 범위가 기존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에서 2개(부패·경제)로 줄어들며 검찰이 전문성을 지닌 수사를 대부분 경찰이 해야 한다. 경찰도 유능한 인력이 많지만, 사건 폭증과 기존 전문가 집단의 배제로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경찰이 사건 수사 뒤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내용에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이의신청은 불송치 결정이 정당했는지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라는 취지의 제도로, 현행법상으로는 고소인·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고발인 모두 가능하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피해자를 돕는 기관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고발인만 있는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할 경우, 검찰이 사건을 재검토할 수 없게 되는 것이어서 사회적 약자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을 받아 수사하더라도 '동일사건범위 내'에서만 수사해야 해 여죄, 공범, 위증죄 수사를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다수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충분히 검토해볼만 한 방법이자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의견이 나온다. 여당 출신인 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낮게 봐서다.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다만 문 대통령은 25일 손석희 앵커와 진행한 'JTBC' 대담에서 '왜 갑자기 강하게 검수완박을 진행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이 어떤 국가기관에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검찰은 헌법이 검찰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본다. 한 법률전문가는 "입법 행위로 권한이 침해되고 수사권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검찰을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이 있는 '헌법상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헌법에는 감사원, 법원과 달리 '검찰청'이라는 문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89조에 '검찰총장'이 쓰여져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 문구가 명문화돼 있는 것이 검찰청을 헌법상 설치가 예정된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로 해석한다. 검찰청이 '행정각부의 설치ㆍ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제96조에 의해 만들어진 검찰청법으로 세워졌으므로 당사자성이 있다고도 본다.

다만 헌재가 결론을 미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법 분야에 밝은 법률가는 "심판 결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헌재 입장에서는 제도 변경 문제에 사법적 판단의 잣대를 들이 밀기 곤란해 판단을 미룰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정치권에서 졸속 입법 없이 좋은 협상 과정을 거쳐 끝내야 가장 바람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