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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소표차·최대득표’에 빠진 민주당···반성·쇄신보다 ‘위로·결의’만 넘친다

동션샤인 2022. 3. 11. 22:00

‘역대 최소표차·최대득표’에 빠진 민주당···반성·쇄신보다 ‘위로·결의’만 넘친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2022.03.11. 17:29
 
 

©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전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가운데 윤호중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 체제를 최종 결정하고 당 수습 방안을…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선 패배 이후 당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소 표차’와 ‘역대 최대 득표’라는 성적표를 받으면서 구체적인 반성과 쇄신보다는 자기위로와 결의만 넘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나오면서다. 당지도부 총사퇴 이후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를 놓고선 물밑에서 당내 계파·세력 간 견제까지 오가기 시작하면서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일각에선 “먼저 명확히 패인을 분석하고 원내 제1당으로서 책임 있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 이후 반성보다는 위로와 결의의 말들이 주로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0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뛰어서 역대 최고 득표율 성과를 거뒀다”며 “1600만명이 넘는 국민들께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줬고 대선이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표차인 24만표, 0.73%포인트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됐다”고 평가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윤호중 원내대표도 11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밑거름으로 돌아선 민심이 저희를 바라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의원들 일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 후보가 유권자의 절반 가량(47.83%)의 득표율을 얻어 선전한 것을 부각시켰다. 통상 대선에서 진 정당이 반성과 쇄신책을 쏟아내며 내홍을 겪는 것과 달리 일사불란하게 단합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일단 민주당이 처한 ‘안팎의 향후 상황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상황으로 보면 오는 25일 당 원내대표 경선을 시작으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8월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 등 당 안팎의 권력구도를 재편할 큰 선거들이 첩첩이다. 대선을 평가하고 책임을 묻기보다는 다시 내부 권력경쟁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피해 지원과 대장동 의혹 특검, 정치개혁 입법, 새 정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및 국민의힘 측을 상대로 한 ‘당 밖 경쟁’도 예정돼 있는 터다.

하지만 명확한 대선 패인 분석과 쇄신 방안이 보이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수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가 뭘 잘못했고 어떤 부분을 소홀히 해서 정권을 잃게 된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대선에서 보인 무리한 네거티브 공세와 야당보다 덜하지 않았던 ‘세대 갈라치기’ 모습 등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내 계파·세력 간 갈등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직후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당지도부와 선대위 등 일부 인사들에게 “이낙연 때문에 졌다” “송영길·추미애를 지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대위원 인선을 놓고서도 일각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임명 반대’ 의견과 함께, “이재명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해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김두관 의원 SNS)는 등의 백가쟁명식 논쟁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쇄신책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뚜렷한 대안은 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 86그룹인 이광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 여의도가 ‘폭파’돼야 된다. 많은 (외부인사) 수혈이 있어야 낡은 정치권이 깨져버릴 것”이라며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인적쇄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86그룹 용퇴론’에 대해선 “그렇지는 않다”며 “나이가 적다고 혁신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진보·보수 안에 모두 기득권이 살아 숨쉬고 있고, 이 기득권을 벗어나야 새로운 시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중요한 건 패배 이후 가져야 할 자세다. 반성하는 말도, 쇄신하려는 행동도 진정성 있게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며 “‘내로남불’ 등 윤리적인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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