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 시사

美와 대화 가능성 없다 판단되면 北 초대형 핵탄두, ICBM 시험발사할 것

동션샤인 2022. 1. 20. 21:13

[논담] "美와 대화 가능성 없다 판단되면 北 초대형 핵탄두, ICBM 시험발사할 것"

김범수 입력 2022. 01. 20. 16:00 댓글 238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김범수의 응시]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인터뷰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적기지 선제타격은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기술적으로는 허무맹랑한 개념"이라며 "미국도 1990년대에 검토했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북한이 한동안 뜸하던 미사일 시험발사를 새해 들어 불과 12일 사이 네 차례나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전략무기로 평가받는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도 두 차례나 포함됐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관련 물자 조달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를 제재하자 이번에는 2018년 북미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언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우주공학자이며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에게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미사일방어나 선제타격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 이후 북한이 어떤 군사적 도발에 나설 수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진행했고 북한의 모라토리엄 재검토 발표 이후 관련 내용을 추가로 들었다.

-북한이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향후 어떤 군사적 움직임이 예상되나.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방력발전계획 핵심 5대 과제에 포함된 무기체계가 대부분 핵과 ICBM 수준의 전략무기다. 앞으로도 미국과 대화 재개 가능성은 거의 없고, 특히 최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로 추가 제재까지 당한 처지라 조만간 공식적으로 모라토리엄 철회 선언을 할 수 있다. 전술핵무기,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공언했으니 이를 위한 핵실험을 고려할 것이고, 고체로켓 ICBM, ICBM급 고체로켓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다.

액체로켓엔진을 탑재한 화성-15 ICBM도 아직 신뢰성, 재진입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아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다. 새로 개발 중인 잠수함에 탑재되는 북극성-4, 5형 SLBM도 수중발사시험을 할 수 있다. 아직은 완성도가 제한적인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추가적으로 할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군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우주발사체 발사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군사적 가치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도 지구 밖으로 나갔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면 마하 5 이상 속도는 나온다. 그래서 극초음속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부 기술을 보면 그렇게 평가하기 어렵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진입 후 탄착까지 시간이 짧아 기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근 북한 사례를 보더라도 고점이 60㎞밖에 안 된다. 전체 비행구간이 대기권 내이고 저고도의 하강단계에서 활공비행과 변칙기동을 한다는 의미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는 탄도미사일과 비슷하지만 예측 가능한 궤적을 그려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역학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결국 현재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막을 수 없다.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두고 미군 전략사령관도 “미국이 현재 방어할 수 없는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중국이 실전 배치 단계이고 미국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첨단 무기인데 “최종 시험발사”라는 북한 주장을 믿을 수 있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축적된 경험이 상당하다. 독자 개발은 거의 없고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 또는 미국 미사일을 모방한 뒤 자체 기술을 더해 새롭게 만든 것이지만 수준을 얕잡아볼 게 아니다.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이 목표물 타격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발표대로 성공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실패해서 비행체가 폭발하기라도 했다면 그 순간 감시망에 포착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없었다. 활공비행과 변칙기동을 어느 정도 잘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 군은 지난 11일 발사된 미사일을 마하 10 안팎에 700㎞ 이상 비행으로 추정했고 북한은 활공재도약에다 240㎞ 선회기동 후 1,000㎞ 목표에 명중했다고 해 설명에 차이가 났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속도가 빠른 데다 워낙 저고도로 비행하니까 우리 레이더로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구 곡률 때문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음영 고도가 높아진다. 이번 발사는 동쪽으로 쏜 뒤 선회 기동해서 북쪽으로 꺾어 러시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통상 독도 부근에서 이지스함으로 이런 동향을 탐지하는데 비행체와 거리로 볼 때 고도 40㎞ 이하면 파악할 수 없다. 저고도 비행은 위성으로도 잡기 어렵다. 다만 극초음속 비행 때는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경보위성으로는 그걸 포착했을 수도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 연방항공청이 서부 해안에 이례적으로 15분 정도 항공기 운항 중단 조치를 했는데.

“발사 직후에는 우리 군도 상당히 허둥지둥하는 눈치였다. 최초 8개 비행체가 파악됐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실패해서 폭발한 파편 본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미국의 항공기 이륙 금지도 그런 정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정확한 탐지는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