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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원전시설 내 임시 저장은 미봉”

동션샤인 2021. 12. 29. 22:29

“핵폐기물, 원전시설 내 임시 저장은 미봉”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2021.12.29. 21:12
 
 

정정화 전 사용후핵연료재검토위원장 인터뷰

© 경향신문 사용후핵연료재검토위원장을 지낸 정정화 강원대 교수가 29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안전 기준 등 관리 체계 달라지는 시설 규정부터 명확히해야

‘언젠가는 반출’ 희망고문 그만…중간저장시설 확보가 대안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는 원자력발전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원전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안 사용후 핵연료는 쌓여왔고 이를 처리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사용후 핵연료는 땅속 500m 깊은 곳에 ‘영구처분장’을 만들어 묻으면 안전하지만 원전 보유국 중 영구처분시설을 운영중인 곳은 없다. 한국 역시 원전 부지 안에 임시저장 중이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원전 부지 안에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50만4809다발로, 향후 10년 내 상당수 원전이 포화상태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7일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임시보관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원전을 가동 중인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 경북 경주와 울진, 전남 영광 등 전국 5개 지역에 임시로 폐기물 보관소가 들어서게 된다는 의미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용후핵연료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정정화 강원대 교수를 29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를 주도하다 중도 사퇴했다. 그는 최근 원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갈등-불편한 진실과 해법〉을 펴냈다. 정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를 해당 원전 내에 임시로 보관하는 방안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음 정권과 미래로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며 “임시저장시설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관리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계획안의 가장 큰 맹점으로 사용후 핵연료 원전 내 저장시설의 성격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계획안에는 ‘부지 내 저장’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 ‘임시저장’인지 ‘중간저장’인지, 해당 시설이 ‘관계시설’인지 ‘관련시설’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저장시설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안전기준과 관리체계, 세금과 보상범위 등이 크게 달라지는데,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는 점 때문에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선진국들도 영구처분시설을 언제쯤 마련할 수 있을지, 부지 확보는 가능할지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정 교수가 “현재로서는 ‘중간저장시설’ 확보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다. 그는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진 기존 원전 부지에 ‘장기’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용후 핵연료의 ‘불편한 진실’”이라며 “언젠가는 원전 내 임시저장 중인 핵폐기물이 외부로 반출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이나 요식적인 공론화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편익은 전 국민이 누리고, 위험은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밀집되어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전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공론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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